중앙일보 | 소외된 이웃 사연 영상으로 제작해 기부 이끄는 메신저


‘리듬오브호프’ 김예원 대표
’리듬오브호프’ 김예원 대표는 ’도움을 받는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기부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우리는 가장 절박한 누군가를 위해 간절한 희망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만난 비정부기구(NGO) ‘리듬오브호프’의 대표 김예원(22)씨가 건넨 소개지 속 이들의 첫 인사말이다. 리듬오브호프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직접 찾아 이들의 사연을 영상 콘텐트로 만드는 구호단체다. 이 영상 콘텐트는 각종 온라인 모금 플랫폼을 통해 어려운 이들과 세상을 이어주는 메신저가 된다. 

리듬오브호프를 2년째 이끄는 김씨는 “그저 좋은 일 하자고 모인 평범한 대학생들의 모임이었는데 어느덧 돌아보니 2014년부터 지금까지 총 150여 가정에 7억원 상당을 기부했더라”고 말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영상 촬영, 편집, 디자인, 작곡 등 재주를 가진 대학생들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세상과 이어주자”고 해 만든 교내 동아리가 시작이었다. 사회복지기관이 사례자를 소개해주면, 리듬오브호프는 사전 취재 후 5명 정도로 촬영팀을 구성해 이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후 SNS 온라인 모금함을 통해 공개하고, 모인 기부금은 전액 소외 이웃에게 전달한다. 보통 한 번에 약 400만~700만원 정도 모금된다. 

작곡 전공인 김씨는 2015년 동참했다. 김씨는 “순수음악이 사회에 어떤 이로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던 시기였다”며 “리듬오브호프에선 내 음악이 이롭게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 가벼운 마음에 함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본 김씨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한다. 김씨는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기쁠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연을 공개해 한 번 도와주는 것으로 끝내니 마음의 짐이 계속 늘어 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리듬오브호프는 학내 동아리의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지난 8월 비정부기구로 등록했다. 현재는 총 80여 명이 소속돼 사례 발굴, 모금 행정 처리, 영상 촬영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졸업 후에도 김씨는 리듬오브호프를 전담해 이끌 생각이다. 

리듬오브호프가 소외 가정을 촬영하는 시간은 2시간 남짓. 이를 바탕으로 2분 분량의 영상을 만든다. 이 때문에 김씨는 고민이 깊다. 김씨는 “이들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담아야 할지, 그 과정에서 이들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할지 매번 딜레마에 빠진다”며 “매 촬영 시 ‘모자이크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모금이 잘 안 된다’고 안내하는데,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폭력적이다”고 말했다. 김씨의 목표가 리듬오브호프 활동의 확산과 함께 기부 문화 자체를 바꾸는 데 있는 이유다. 김씨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소외 이웃의 사연을 충실히 담을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선의의 기부가 폭력이 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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